1) 역사적 고찰

1894년 당시 동료개업의가 의료사고로 인해 벌금형을 선고받자 동료들이 ‘의료자선기금’ 및 ‘의사방어기구’를 만들었고, 1956년에는 대다수의 의사가 런던의 ‘의료보호협회(Medical Protection Society; MPS)’와 일부는 런던의 ‘의사방어기구(Medical Defence Union; MDU)’에 가입하였다. 1967년에 이르러 ‘왕실조사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여 Woodhouse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동일한 개인적 사고인데도“산업재해”의 경우 사용자의 무과실 책임보상원칙을 적용하고, “자동차사고”의 경우에는 보험을 통하여 거국적으로 손해배상을 하면서도, “의료사고”의 경우에는 민사소송에 의존하고 있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였다. 이 보고서의 기본원리는 사고보상에 있어서 지역사회 공동책임의 원칙과 인적 사고를 당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1974년 모든 사고를 포괄적으로 취급하는 사회보험제도가 도입되었다.

2) 사고보상공사(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의 설립

1974년 전 국민(30만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제도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특유의 사회 보험조직인 ‘사고보상공사(ACC)’가 설립되었다. ACC 설립의 배경이 되는 5대원칙은 지역사회의 공동책임, 포괄적인 자격부여, 완전한 재활추구, 현실적인 보상,행정적 효율성이다. 우선지역사회의 공동책임이란 비고의적 사고로 인한 일체의 상해나 무능력을 지역사회가 동으로 책임을 지자는 것이고, 사고의 원인에 불문하고 동일 손상에 동일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포괄적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적정건강과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서비스에 치중하여 완전한 재활을 추구하고, 무능력 기간 중에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비례 급여를 제공하는 현실적인 보상을 실시하며, 중복을 피하고 신속을 기할 수 있도록 각출된 재원을 소정의 단일급여방식에

의거하여 제공함으로써 행정적 효율성을 기하는 것이다.

사고보상공사는 사고보상서비스 조직29)으로서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소요비용은 사회보험방식으로 조달 하고 있다. 유소득자의 경우는 연간급여를 기준으로 하는 사용자 부담분과 자영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자영자 부담분으로 구성되고, 무소득자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3) 재심과 항소

사고보상기구의 1차 결정에 불만인 경우에는 재심청구가 가능한데, 재심의 대상은인적 손상이 사고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 보험료 납부의 의무 확인 및 보험료액의 적정성 여부, 활보조실시의 여부, 기타 보상에 관련된 사항이며, 재심은 서류재심, 재심 청문회 방법 중 재심청구인이 택할 수 있다. ACC의 재심결과에 불만인 경우에는 ‘사고보상항소원(Accident Compensation Appeal Authority; ACAA)’에 항소가가능하다. ACAA와 ACC는 별개의 사법기구로서 사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며, 2명의 판사로 구성된다. ACAA의 결정에 불만인 자는 재항소권을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행사할 수 있다.

4) 의료인에 대한 자율적 제재

무과실 사고보상주의를 채택하면서 의료인의 심각한 유과실 사고에 대하여는 의사법에 의거하여 '자율징계위원회(Medical Practitioners Disciplinary Committee;MPDC)'에서 의료계 스스로가 자율징계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의사협회의7개 지부에 ‘지부위원회(Divisional Disciplinary Committee; DDC)’를 구성하여 운영하며 자율징계외에 불만과 고충의 공정하고 신속한 해결과 의료의 질 향상, 졸업 후교육의 강화를 목적으로 설치하였다. 의료인의 전문행위에 대하여 불만인 자는 누구든지 징계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사안이 경미하지 않거나 명백한 직업적 비행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MPDC가 취급하고, 비행이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의료인의 품위에 걸맞지 않는 경우에는 공공이익을 위해 DDC가 조사할 수있다. 이러한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는 항소하지 못한다.

5) 사고예방활동과 재활사업

ACC의 가장 중심적인 활동은 사고예방에 관한 것으로서 이를 위해 9가지 원칙 하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납세자들은 사고예방프로그램을 위하여 기여금을 내야 한다.

둘째, ACC는 사고예방에 관한 서비스 제공자이기 보다는 사업 착수자 이며, 정보제공자이자, 재원조달이다.

셋째, ACC는 산업안전, 보건 및 복지를 위하여 현재 지출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사고예방활동을 위한 재원조달에 총력을 기울인다.

넷째, 위에서 소요되는 재원은 자료수집, 언론 활용 및 특정서비스 후원에 충당된다.

다섯째, 노동부, 보건부, 교통부 등과 협력하여 사고예방캠페인을 전국적으로 개시하며, 이에 소요되는 경비의 대부분을 ACC가 제공한다.

여섯째, 사고예방 전략 수집에 도움이 되는 정보원 개발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둔다. 일곱째, ACC는 직업안전 및 보건자문위원회에 적극 참여한다.

여덟째, ACC는 당분간 국제적 안전평가시스템에 관한 국내 면허 발급자 역할을 한다.

아홉째, 사고예방계획에 통합적인 접근을 한다.

ACC의 재활사업의 기본원칙은 첫째, 재활분야를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여 견인차역할을 하고, 둘째 전문적 재활서비스를 개발하며, 셋째 재활자문관들이 경영관리진을 도와서 현재와 미래의 구조적 측면을 검토하고, ACC가 재활활동을 주도함으로써 여타 기관과의 적극적 협조를 지하도록 한다.

6) 개혁의 방향

무과실 보상제도(no-fault compensation scheme)로부터 무능력 보상제도(incapacity compensation scheme)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으며, 무능력 보상제도를 완벽하게 운영하기 위해 사업을 초점을 재활에 맞추고 있다. 또한 사고 그 자체를 예방하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

7) 고찰

무과실책임제도의 도입 논의는 우리나라의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되지 못하고계속하여 표류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형사사건에서 유책주의가 원칙인 것은 책임있는 당사자를 징계한다는 형식적 의미가 강하지만, 민사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손실보상이 최우선 목표가 되기 때문에 기금만 조성될 수 있다면 환자의 권익보호 측면에서 무과실 책임제도의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기금마련이다

표5의료분쟁과처리비용의각국비교